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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난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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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섬기미 댓글 0건 조회 4,173회 작성일 18-12-0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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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곡이라 불리는 신림동의 산동네에서 아이들을 모아 놓고 야학을 할 때였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아이들은 정신지체아들과 발달장애아들이었습니다.
가난한 철거민 촌의 아이들은 못 먹고, 못 입을 뿐만 아니라
작은 질병들을 너무 소홀하게 지나쳐 큰 병으로 키우는 일이 왕왕 있기에
충분히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었던 아이들이 장애아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난과 그 가난에 관한 세상의 무관심이 만들어 놓은 인재 (人災) 라 할 수 있지요.

이이 대부분 철거가 되어버린 동네에 판자 몇 장, 양철 몇 개 정도로 얼기설기 지어 놓은
그 아이들의 거처는 그야말로 피난민 촌을 방불할 만큼 형편없습니다.
식수도 용이하지 않은 그 곳에서 아이들은 제대로 씻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서는 늘 역한 냄새가 났습니다.
그 중에서도 정신지체아들은 용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 아이들이 옆으로 지나가면 사람들이 슬슬 피하곤 했지요.

제가 처음에 그 산 동네를 찾았을 때 
저는 용기를 내어 그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단체로 목욕탕으로 향했습니다.
당연히 주인은 우리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사정사정해서 웃돈을 얹어주고 손님이 없을 때까지 기다리다
우리는 과분한 목욕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고마워서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저를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언제 먹다가 놔 둔 밥인지 밥 그릇 주변은 마른 밥풀이 묻어있었고,
몇 가닥 남지 않은 김치 종지에는 퉁퉁 벌어버린 밥풀이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남은 밥이었으니 고마운 선생님의 밥상에 올려 놓았겠지요.
그 가난한 밥상을 차려 내놓은 아이의 어머니도 정신지체로 장애인 판정을 받은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안은 온통 악취가 나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 손으로 김치를 찢어 밥에 얹어주며 
선생님의 입으로 그 감사한 숟가락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야 말겠다는 눈으로 쳐다 보십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밥을 먹는 동안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숨을 참고 밥을 구겨 넣은 후 밖으로 나오자마자 모두 토해버렸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보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그 고마운 어머니에게 하마터면 큰 실례를 할 뻔했습니다.

야학 교실로 돌아와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저 아래 신흥 유흥가와 아파트의 불빛이 눈에 가득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붉게 켜져 있는 십자가들을 보았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렇게 한참을 세다가 지쳐서 그만 두었을 정도로
교회의 십자가는 많았습니다.

그 십자가들 중에서 얼마 전 수백 억 원을 들여 지었다는 어느 교회의 첨탑을 찾아내었습니다.
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첨탑이었는데도 그 위용이 대단합니다.
길 하나만 건너면 이렇게 하루를 힘겨워하는 이들이 즐비한데,
저 많은 십자가는 누구를 위한 십자가인가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지금도 그 산이 그립습니다.
그 불쌍한 이들의 거처를 빼앗고 올라간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한
그 산동네의 옛날 짜장면집이 지금도 그립습니다.
저녁 무렵이면 지친 하루를 마치고
손에 풀빵을 한 봉지씩 들고 집으로 향하는 정겨움이 그립습니다.

그네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요?
그럼 지금도 거기보다 더 처참한 어떤 곳이 또 있다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하나님의 교회의 눈과 관심은 어디로 쏠려 있는 것입니까?
그 시절 난곡의 제자들을 생각하며 이런 노래를 만들어 불렀습니다.

난곡에서

'바람이 제법 차가운 겨울
비에 젖은 창밖이 서글픈 마을
어두워져 가는 좁은 골목 처마 밑
흠뻑 젖은 소녀는 엄마를 기다리고
저 아랫동네 불빛은 저리도 화려한데
이 산 꼭대기 소녀는 아무런 상관없이
매일 새벽 하나님께 간구하는
엄마의 눈물어린 소원은 단 한 가지
가난해도 배 불리 먹지 못해도 
추운 겨울 동안은 이곳에 머물게

저 아래 작은 비닐우산 속으로
엄마의 지친 어깨 집으로 오네
소녀는 이내 활짝 웃는 얼굴로
엄마하며 산길을 뛰어 달리지
엄마 손엔 한 봉지 붕어 빵 뿐이지
부둥켜안은 모녀는 떨어질 줄 모르고
저 화려한 네온사인 사이로
수많은 십자가는 저리도 밝은데
이 산 위의 쓸쓸한 두 그림자
아무 상관없이 오늘을 견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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