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김성수 목사님이 소천하신 후로 불엽화음을 일으켜 왔던 남가주 서머나 교회가 많이 힘든가 봅니다.

팔십 명 남짓 남아있던 교인 마저 하나 둘 씩 조용히 떠나고 이제 몇 분이 안 남은 상태에서,

몰기지를 감당하지 못해 예배당 건물 매각이 불가피하게 된 가운데 벌어지는 안타까운 모습들이

바라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듭니다.

목사님의 골방 사무실, 바로 앞에 있던 화장실, 복도로 이어진 아무 것도 없이 휑한 뒷마당,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 나누던 식당, 아이들이 뛰어놀던 교실들,

책들과 CD들이 빼곡히 놓여있던 책방, 스티로폼으로 창문을 모두 가려 깜깜한 창고같던 예배당,

이제는 이 모든 기억들이 추억의 책장 속으로 갈무리되어 먼지만 소복히 쌓이게 되겠지요.

아주 가끔씩 '남가주 서머나 교회는 지금쯤 어디에 서 있을까?' 이런 생각에 잠겨 보기도 했지만,

거기 남아있던 몇 몇 분들의 얼굴만이 잠시 스쳐 지나가 바람결에 사라지곤 했었습니다.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진 그 일을 그 때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하며 시작했을 겁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바로 알고 있는 우리만은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을 겁니다.

남가주 서머나교회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소고들은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는 걸 드러냅니다.

그 안에서 고군분투 하는 그 모습을 어느 누가 연민의 눈으로 보며 어느 누가 응원해 줄 리 만무합니다.

왜냐하면, 그 안은 이미 그리스도 안에 하나된 그리스도의 그 복음이 실종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 안에 서 있으며 바로잡아 보려는 애씀이 자기에게 스스로 반해버린 소금기둥 같습니다.

'I am your father, you are my people'

하나님 홀로 완전하고 충만하신 그 때에 하나님의 그 이름을 걸고 하신 그 약속,

내가 죽어서라도 나의 아들로 똑바로 세우실 거라는 그 언약,

'Come out, my people'

내가 중심으로 서 있는 그 세상으로부터 나오라고 외치시던 그 말,

그리스도의 반대편에 서 있는 하나님의 원수인 내가 죽어야 그리스도와 연합된 나로 살아나는 그 말,

그 말씀만이 폭풍우 치는 밤 가운데 미세한 음성으로 속삭이듯 들려 와

하나님의 울타리 밖으로 스스로 나가려는 그 교만을 갈기갈기 찢어 그리스도 안에 안식하게 만듭니다.

태초로부터 하나님의 생명인 그 복을 그 '안식' 안에 부어 놓으신 사실을 알게 되어진 어느 누구든지

그 세상으로부터 조용히 빠져 나와 나그네요 이방인으로 정처없는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될 겁니다.

그 처음을 시작하기가 너무 두려워 다른 길을 찾아 헤매어 보기도 하지만,

그 처음은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묵묵히 기다려 주십니다.

아직 떠날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핑계를 대 보기도 하지만,

그 처음은 항상 언제나 불꽃같은 눈동자로 주무시지도 않으시고 나 뒤에만 서 계십니다.

한 때는 서로 부둥켜 안고 웃고 울며 소중한 시간들을 함께 나누었는데,

한 때는 서로가 서로를 염려해 주고 위로해 주며 그 마음을 함께 나누었는데,

한 때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서로 문안을 주고 받던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는 이 땅 위에서는 영원할 수 없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많이 아프고 많이 힘들고 많이 외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