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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19 07:35
집으로 가자 (75)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글쓴이 : 섬기미  
조회 : 594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열흘 동안 금식을 하는 말미에 집어 읽기 시작한 200 페이지 정도 분량의 책 이름입니다.
현각 스님이란 분이 기독교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잘 설명해 놓은 책이라는
서울대 김윤식 교수님의 서평을 읽고 사다가 던져 둔 책을 뽑아 읽었습니다.
하루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몸과 마음이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터라 이틀 동안 이리 저리 몸을 편하도록 뒤집으며 읽었습니다.
 
언제부턴가 한국의 사찰에는 벽안의 스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파란 눈에 하얀 피부 그리고 미소가 매력적인 서구의 스님들이 동방 한국의 불교에,
그것도 선방에 관심을 갖고 동안거 하안거를 엄격히 지켜가며 정진 수도를 합니다.
저도 전에 합천 해인사에 들렀다가 그 계곡의 아름다움과 사찰의 적막함에
대웅전 뜰에서 그 풍경을 우두망찰하다가 벽안의 한 스님이 빨래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현각! 그는 저와 동갑입니다. 1964년생, 그래서 더욱 궁금했던 터였습니다.
어떻게 해서 예일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하버드에서 그리고 독일에서 철학을 공부했던 그 천재가
한국에서 온 땅딸막한 한 스님의 설법을 듣고 한 번에 불교에 빠져들어
수많은 부료 경전을 영어로 번역하고 화계사로 출가를 해서
그 다복한 가정이 유일하게 한 자리에 모이는 크리스마스에도
동안거를 치르느라 전화로 안부만 전한다는 그런 지독한 불교인이 되었을까?
 
그는 원래 아주 부유한 집안의 일곱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형들과 누나들 동생들은
모두 미국 최고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엘리트들이고,
어머니와 아버지도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풍족한 집안의 아들입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카톨릭 집안의 전통을 따라
‘Paul' 이란 영세 명을 본명으로 쓰고 있었을 만큼 성실한 천주교 신자였습니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진리가 무엇일까를 너무나 골몰히 고민하면서
기독교로 개종을 해 교회도 몇 년 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말하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는 말이 본인에게는
전혀 이해가 가질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하버드 도서관에서 야스퍼스와 하이데거를 독파하던 중 한국에서 온 생불이라 불리는
숭산 스님의 설법을 하버드 대학 강당에서 듣게 되고 거기서 진리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코 후회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하버드의 천재를 매혹시킨 그 설법의 요약을 저도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고, 성경에서 대답을 들었을 그러한 질문과 답,
이 시대의 교회가 그런 역할조차도 못해주고 있는가 의아했습니다.
 
너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너는 왜 이 땅을 살고 있는가?
마음은 무엇인가?
생각은 무엇인가?
'나' 라는 존재의 정체성은?
성경을 통하여 너무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는 저는 오히려 그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예일의 철학과에서, 하버드의 철학과에서, 독일의 철학자들이 그 정도도 답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는가?
저는 그 생불이란 스님의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 나가며 책을 읽어갔습니다.
 
하버드와 예일은 이미 오래전에 불교에 넘어갔습니다.
그들은 고승의 설법 한 번에 교수, 학생 할 것 없이 3000 명이 모여 열광한다고 합니다.
청교도가 세운 그 학교들이 왜 진리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당대의 천재들에게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어떻게 지금 나에게는 이해가 되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것이 믿어지며 그 진리 안에서 나는 이토록 자유한가?
나는 오늘 지구의 종말이 와도 행복하고,
나의 삶이 이 지겨운 광야에서 50 년이 더 지속된다 해도 괜찮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신 곳이 나에겐 천국이며,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천국 같은 화려함은 나에게 지옥이다.
어떻게 내가 환경과 상황을 뛰어넘어 이토록 자유하게 되었는가?’
 
그리고는 은혜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았습니다.
저의 마음속에 말 할 수 없는 환희가 끓어오릅니다.
어디론가 발산해 버리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은 그런 기쁨.
 
저는 지금 열흘째 굶고 있고 여전히 어려운 생활의 목사입니다.
그런데, 이 기쁨이, 이 환희가 어떻게 저에게 가당한가요?
미치도록 하나님을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금식이 끝난 새벽 무릅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는 하나님 안에서 자유가 뭔지를 압니다.
주님과 함께 한다는 것이 천국이라는 것을 압니다.
저는 제가 왜 이 땅을 살아야 하는지도 너무 잘 압니다.
저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고 있는 지도 이렇게 명확히 압니다.
내 주님과 함께라면 초막이나 궁궐이나 그 어느 곳이든 상관없는 예수쟁이가 되었습니다.
 
주님 어떻게 제가 이렇게 된 겁니까? 모두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께서 불가능한 저를 이렇게 만드셨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인이 받은 그 저주의 표를 저도 마땅히 받아야 함에도
저는 이렇게 가인을 불쌍히 여기는 자가 되어 있다니요.
저를 막아서고 그 저주의 표를 대신 받으신 그 예수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하나님,
이 땅을 살면서 인기 있는 사람 되게 하지 마시고, 유명한 사람 되지 말게 하옵소서.
단지 나의 삶을 보며 예수가 드러나는 작은 자가 되게 해 주옵소서.
그리고, 혹시 저를 향해 박수를 치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하나님의 영광을 가로채지 말게 하옵소서.
그리고, 나에게 맡겨주신 세 아이들,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훌륭한 사람보다는 바른 신앙인으로 키우게 해 주옵소서.
세상 사람들에게 하찮아 보일지라도 하나님에게 인정받는 바른 신앙인이 되게 하옵소서.
 
성도의 죽음까지도 귀히 보시며 기다리시는 우리 주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저의 진심이었습니다.
이 벅차오르는 감격이 오래 오래 지속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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